짠맛·단맛·매운맛·신맛에 감칠맛의 'MSG'
어머니의 그 나물·국물 손맛 비결이었다니…
그렇지만 순수한 맛 떡·식혜·한과가 그립다

당시 삼성그룹 안에 있었던 제일제당은 조미료 시장에 뛰어들어 미풍, 아이미, 3.4 등을 내놓으면서 엄청난 판촉전을 펼쳤지만, 결국 미원을 이기지 못했다. 고 이병철 회장이 "왜 조미료만 1위를 못하느냐"고 다그쳤다는 사실은 유명한 일화로 회자되고 있다. 

제일제당은 '조미료는 미원'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해 천연 성분을 넣은 조미료 '다시다'를 출시했고, 비슷한 개념의 조미료인 대상의 '맛나'를 결국 앞섰다. 한을 푼 셈이다. 

소비자의 마음을 바꿀 수 없다고 보고 시장을 아예 바꾼 것이다. 

이렇게 전쟁을 치른 두 그룹이 한때는 사돈이 되기도 했다. 

조미료는 그것이 가진 자극작용이 취각·미각을 돋우고 각 소화선의 분비를 촉진하므로 식욕이 증가하고 소화가 잘 되는 효과를 얻게 된다. 

인공 조미료 MSG( Monosodium Glutamate)는 단백질을 구성하는 한 성분으로 우리와 같이 국문화가 발달한 일본의 한 학자가 다시마의 감칠맛을 내주는 글루탐산에 착안해 만든 것이 시초가 됐다.

MSG는 짠맛, 단맛, 매운맛, 신맛에 이은 제5의 맛이라고 불리는 '감칠맛'을 낸다. 된장, 김치, 고추장같이 발효 음식에도 들어 있는 성분이라고 한다. MSG는 식생활이 고기보다는 야채 위주인 아시아 지역에서 많이 소비되는데 한국도 발효 조미료를 많이 먹는 나라에 속한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발효 조미료는 연간 100만t 정도고 국내 소비량은 연간 4만5천t으로 파악된다. MSG는 밥상에 나물을 무치고 국을 끓여 올린 오랜 세월 우리 입맛을 길들였다. 

MSG가 본격출시되던 시절에 자란 50~60대. 고향을 떠나 산업현장에서 일하다 이제는 뒤를 돌아볼 여유가 생긴 사람들이고 그들의 입맛 저변에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어머니가 있다.

아주 어릴 적 어머니가 음식 만들 때 화학조미료를 쓰는 것을 보고 왜 그걸 넣느냐고 물었더니 그래야 맛있다는 것이다. 

맛이 달라지는 것이 신기해 조미료를 손에 조금 뿌려 혀를 대보았다. 느끼한 이걸 조금 넣는데 전체 국 맛이 이렇게 달라질수 있을까 생각했다. 요리 만들기를 좋아하는 필자는 음식에 MSG를 넣는다. 만들 때마다 신기함을 느낀다. 맛이 나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맛있다고 한다. 

얼마 전 행주산성에서 가진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50대 중반의 친구들은 이거 옛날에 먹던 맛이라고 호들갑에 가까운 감탄을 하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화학조미료를 듬뿍 넣어 맛을 낸 음식일 텐데… 그럴 수 있다. 그리고 탓할 수도 없다. 우리는 어머니의 그 나물과 국물의 손맛을 먹고 자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떡과 산적, 식혜와 조청, 한과는 MSG와는 무관한 순수한 어머니의 손맛에서 나왔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된다. 어머니의 손맛이 더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 시절 어머니의 손맛이 MSG 때문이었다면 서글픈 일일까?

칼럼니스트/경인일보 김환기 기자

저작권자 © 경기북부데일리(kbdail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