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한갑 반씩 35년째 피웠던 담배
보건소 도움으로 지난해 4월 6일 끊어
흡연 즐거움 대신 10분 사색은 지금도

담배를 끊어보려고 합니다. 흡연을 시작한 지 35년만입니다. 

멋있어 보였습니다. 고교 졸업 후 재수생 시절, 입시학원 옥상에 모여 쓰고 매운 담배 연기를 하늘을 향해 내뿜었습니다. 80년대 초반 대학시절 담배는 멋 자체였습니다. 저의 흡연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이후 입대해 논산훈련소에서 한 달 15갑 지급됐던 은하수 담배는 훈련 중 조교의 "담배 일발 장전" 명령에 따라 휴식과 함께 했습니다. 당시 미국 영화배우 제임스 딘이 물고 있는 '말보로' 담배광고는 젊은이들의 선망이었습니다. 또 선글라스를 낀 홍콩 주윤발의 담배 피우는 모습에 반해 담배를 배운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흡연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멋진 이미지로 가공돼 젊은이들을 움직였습니다. 젊은이들에게 주윤발 발(發) 흡연이 급속도로 늘어나자 그는 출연영화에서 성냥개비를 물고 연기를 했습니다. 다국적 담배회사는 피우면 죽는다 해도 담배를 피우고 싶어질 만큼 멋있게 광고를 제작했고, 흡연하는 멋진 모습으로 젊은이들을 깊은 함정으로 자연스럽게 유도했습니다. 

당시 사회적 분위기나 담배에 대한 이해도 흡연을 부추기는데 한몫 했습니다. 시외버스와 좌석버스, 심지어 스쿨버스에도 좌석 뒤쪽에 재떨이가 부착돼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흡연을 지속해 왔습니다. 도파민의 분비가 순간 쾌감을 부추겨주고 하늘을 향해 내뿜은 담배 연기는 응어리진 스트레스를 담아 퍼져나갔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독극물인지라 이겨 내기 위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밤새 술 마신 사람처럼 속풀이 국물을 찾았습니다.  

그것은 체내에 축적된 니코틴, 타르 등을 배출시키고 체력을 유지하기 위한 인체의 자구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끊어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몇 번이나 다짐했습니다. 과도한 흡연으로 피로가 누적돼 상쾌한 아침을 맞아보질 못했기 때문입니다. 건강뿐이 아닙니다. 담배냄새와 가래, 담뱃값, 라이터 피해 등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쉽지 않았습니다.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던 저는 지난해 다시 금연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극심한 금단증상에 시달렸습니다. 급격한 몸무게 증가와 특히 운전 중 졸음은 위험하고 고통스러웠습니다. 신호 대기에서도 졸았고 고속도로에서도 졸음이 찾아왔습니다. 덕분에 고속도로 곳곳에 있는 졸음 쉼터의 고마움을 체감했습니다.  

늘어난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 지금은 운동을 합니다. 한 번에 30분 이상의 유산소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 1천440분 중 30분만 운동에 투자하면 지금보다 훨씬 건강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연을 계획한 분들에게 도움이 될 듯해 제 경험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보건소에 들르십시오. 가까운 곳이면 어느 보건소라도 좋습니다. 금연클리닉 상담사 모든 분이 친절합니다. 그리고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얘기해 줍니다. 저에게는 '금연을 위해 의지와 싸우지 말고 스스로를 보듬으라'고 안내해줬습니다. '내 몸이 담배(니코틴)를 기다리고 있구나'를 인정하고 자신을 껴안으라는 겁니다. 저의 금연 첫날 일산화탄소 수치는 20PPM. 하루 한 갑 반(30개비)을 피웠던 저는 상담사 선생의 친절한 안내로 패치와 금연 껌의 도움을 받아 일주일을 견뎠습니다. 

일주일 후 체내 일산화탄소 수치는 신기하게 0PPM이 기록됩니다. 이어 사용했던 패치와 금연 껌도 한 달 반이 지나며 중단했습니다. 그리고 사색을 배웠습니다. 담배를 피우는 시간의 즐거움을 불교에서 배운 10분의 참선하는 마음으로 대체한다 생각하니 편해졌습니다. 저는 지난해 4월 6일부터 안산 단원보건소의 도움을 받아 금연하고 있습니다. 저는 금연을 지속할 계획입니다. 

 

칼럼니스트/경인일보 김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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