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화해의 별'에 불을 밝힐 '점등인'이 되어

킨텍스이화영 대표이사 (사진제공=킨텍스)
킨텍스이화영 대표이사 (사진제공=킨텍스)

또 다른 화두 '남북관계

- 사람이 오고 가야 벽은 무너진다

한 사람의 지나온 삶의 족적은 고스란히 평가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를 얘기할 때 ‘대북통’, ‘대북전문가’라는 말을 빼놓고 논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남북관계는 풀리지 않는 실타래처럼 더 엉켜만 가고 있다.
'정지', '단절', '불가'. 남과 북의 앞뒤에 붇는 단어들은 이렇듯 어둡고 답답한 말들뿐이다.

계절은 봄이지만 남과 북 사이는 여전히 긴 겨울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이들이 그에게 기대하는 것은 북한전문가로서의 실질적인 대안제시다. 
모든 것이 멈춰있는 이 시점에서 실마리를 풀어나갈 해법을 전해주길 고대하는 이가 적지 않다. 

내려놓지도 붙들지도 못한 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는 또 다른 화두! 남북관계.
결코 가벼울 수 없는 또 다른 얘기를 시작했다.

“제가 가장 잘 아는 분야여서 관계가 잘 유지되면 흐뭇한 얘기를 많이 할텐데, 단절돼 많이 아쉽습니다.”

현재 킨텍스 대표이사의 신분인 만큼 답변은 조심스러웠고, 남북의 현 상황으로 인해 저음의 목소리는 한 음 정도 더 낮아졌다. 

그렇다면 킨텍스와 연계한 대북정책도 고민할 수 있지 않을까.

“킨텍스와 북한을 연계해 해낼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킨텍스라는 훌륭한 공간을 활용해 ‘이산가족 화상상담소’를 만들고 북측에서 산소를 동영상으로 촬영해 제공하면 이곳에서 이산가족들이 차례를 지낼 수 있어요. 지난 남북정상회담 당시에도 프레스공간을 마련해주기도 했습니다. 이재준 고양시장의 의지와 관심이 커서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부지사 시절, 북한과 합의한 ‘물산품 전시회’는 북에서 자랑하는 아이템들도 있었습니다. 남쪽에서 선호하고 관심있어 하는 옥류관 냉면, 평양소주, 금강산 생수 등 남쪽에서 팔릴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전시회를 킨텍스에서 개최하면 큰 성황을 이룰 것입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계속 준비해 나가고 서로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거기다 북미관계도 개선되면 향후 전망은 밝습니다.” 

어느새 그의 목소리는 활기를 띄었고 눈빛은 반짝였다. 누구나 좋아하는 것들을 얘기할 때는 그렇더라. 

계획하다 멈춘 일, 또 추진하고 싶은 일들이 오죽이나 많을까. 작은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당장이라도 두 팔 걷어부치고 판을 벌일만큼 의욕과 애정이 넘쳐보였다.

“지난 번 북측대표단이 고양시 옥류관에 와서 고양에 남측 분점까지 만들겠다 약속하고 부지까지 와서 보고 갔어요. 저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성사가 되면 고양시가 남북교류협력의 전진도시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지리적 접근성 또한 좋아서 남북관계의 물꼬가 트이고 소통이 원활해지면 킨텍스는 두 곳이 모여 회담과 행사와 전시를 하기에도 더없이 좋은 장소가 될 것이다. 

“북에서 경기도에 대한 교류협력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합니다. 접경지인 파주, 연천, 포천 등과 연계해 교류협력이 이어지면 빠른 속도로 일어날 수 있습니다. 개성공단을 비롯해 인근지역에 공업단지, 시범단지 등도 하고자 하는 의지가 북한도 있어요.” 

그는 평화의 분위기가 무르익었던 2018년 평양을 갔을 때 북한이 많이 변했다는 걸 온 몸으로 느꼈다고 했다. 사회분위기도, 사람들도. 

“이전까지는 남한과 대립적인 기조였는데 최근 10년을 전후해 많이 바뀌었어요. 북에 대한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시각도 변하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정서적인 관계유지가 필요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통일을 서둘러 이루려고 하기보다는 먼저, 남북이 상호협력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이 대표는 애초에 남북관계가 틀어질 수 밖에 없었던 뼈아픈 교훈을 하나 꼽았다. 그것은 무엇일까. 

“애초 남북관계의 기조를 잡을 때 북미합의의 반발적 기조를 따라간 것 때문에 끝까지 유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미국과의 관계에 끌려간 것이 크죠. 역사적 교훈이라 생각합니다. 남북관계는 상황이 어찌돼든 그 기조는 일관성 있게 유지 되어야 합니다. 북측이 불신하는 것은 남측이 정권이 바뀌면 기조 또한 바뀌어서 신뢰를 할 수 없다는 점이에요. 우리도 남북관계 전문가 등으로 전문팀을 만들어 조직화 시켜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애정에 기반한 막힘없는 답변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역시 많은 이들이 그를 ‘대북전문가’로 부를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런데 대체 이렇게 북한에 대한 애정이 깊은 배경은 뭘까.
“노무현 정부때 국회의원 통일외교통상위원 간사 신분으로 대통령이 전한 임무를 갖고 북에 가서 보고, 만나고, 느낀 점들이 많았습니다. 그로인해 많이 알게 되었고, 그 인맥과 지식들이 제가 북한 일을 할 때 많은 도움이 됐어요.”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인다고 했던가. 변화무쌍하고도 부침이 많았던 지난한 시간. 싫다고 쉽사리 등 돌릴 수도, 좋다고 무작정 다가설 수도 없는 만큼 그 분야에는 일희일비하지 않는 강직한 인물이 필요하다. 
희생과 헌신, 그리고 인내를 가슴에 새기고 위기의 순간에도 흔들림 없이 헤쳐나갈 사람. 필자의 눈에는 그가 적임자로 보였다. 

“정부가 동맥이라면 민간단체는 모세혈관입니다. 작고 촘촘하게 민간교류가 활성화 되어야 해요. 정부뿐 아니라 모세혈관 같은 남북한 민간교류가 활성화 되어야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굳건해집니다. 사람이 오고 가야 길이 생기고 벽이 무너지지 않겠어요.” 

킨텍스 이화영 대표이사 (사진제공=킨텍스)
킨텍스 이화영 대표이사 (사진제공=킨텍스)

갈수록 더 멀어지고 어려워지는 남북관계에 대한 얘기를 들을 때 
그의 목소리와 표정과 생각 속에는 안타까움과 애정이 가득 배어 있었다.
또, 언제고 실현될 그 일을 위해 잠시도 고민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산적한 킨텍스의 당면과제들은 ‘위기를 기회’로 읽고,
정지된 남북관계 역시 ‘절망을 희망’으로 읽는 사람이었다. 
이래저래 쓰임이 많은 인물이다. 

위기를 겪어본 자만이 위기 앞에 강하다.
듣기만 해도 탁트인 푸른바다가 떠오르는 강원도 동해가 고향인 그는 성균관대학교를 다니던 학창시절 운동권 출신이었으며 이후 많은 도전 속에서 실패의 쓰라림도 여러 번 맛보았다.  

그 무수한 좌절 끝에 지금의 자리에 당당히 서 있다. 늦고 빠름만 있을뿐 인생에 실패란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소통과 보람’을 키워드로 3년 이라는 임기동안 열린 경영을 통해 임직원 모두와 소통하며 100%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업무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포부라고 말하는 이화영 대표이사.  

지금은 불이 꺼진 남북화해라는 별에 환하게 내 걸 불을 밝히기 위해 꺼질 듯 깜빡이는 잿속의 불씨에 입김을 불어 넣는 일을 누군가는 끈질기게 이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라면 언제든 그 별의 점등인을 자처할 것이다. 

냉철한 전문가적 식견과 따스한 애정에 기반한 흔들림 없는 신념을 가진 사람.
언제든 부름을 받는다면 헌신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
필자가 느낀 이화영 대표는 그럼 사람이었다.
 
한 분야, 아니 두 분야에 정통한 인재가 제 쓰임을 다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취재, 글 : 김혜정 기자 / novellife4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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