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온 길마다 곡선이 선명하네
 
곡선이란,
숙인 듯 구부린 유연한 은유라서
직설적인 직선처럼 쉽게 부러지는 일은 없지

할머니도 아버지도 저기 둔덕 같은 둥근 봉분 안에 누워 있지
저승에서도 부러지긴 싫어서

헐레벌떡 산 넘어 온 바람도 무덤에 닿으면
둥근 보폭으로 부드럽게 달리지
삘기 꽃 하얗게 간질이며
산 아래 초원을 향해 곡선으로
 
불현듯 직선으로 치닫던 때가 있었지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이었는지
내 무릎의 흔적으로 알 수 있지

이젠 잘린 시간, 잔해 수북한 그 속엔
지문처럼 새겨진 통곡이 숨어 살지
그건 오랫동안 써 내려온 나의 연대기 중
가장 슬픈 기록

온양으로 나가는 신작로도
동막골이나 소롱골 산밭의 좁은 길도
나의 바다였던 송악저수지 산길도
온통 구불텅한 곡선 뿐이었지
강마을 막내고모 산마을 큰고모네도
들길 지나 산길 돌아가는 곡선이었어

이젠 알게 되었지
곡선이 토막토막 끊어진 직선의 울음으로 이어진 것

 

                                            서주영의 詩  '곡선의 힘'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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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내달리던 직선의 시간을 쫓던 적도 있었습니다.
주변을 둘러볼 여유조차 없던 시간.

그러다 깨달았습니다.
빛처럼 쏜살같은 직선보다 
천천히 흘러가는 느린 곡선의 아름다움을. 

부드럽게 휘어 이어진 
에둘러가는 그 길에는 
서 있는 나무도 불어오는 바람도
곡선처럼 천천히 흘러 갑니다. 

 

글 : 김혜정 기자 / novellife4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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