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날,
담장아래 소담하게 피어난 꽃잎을 따다
무명실로 동여매고 꽃물을 들인다.

어쩌면, 
붉게 꽃물이 드는 곳은
열 손가락 끝이 아니라 
두 볼 혹은 설레는 가슴이려나.

'한번 뿌리 내리면 
씨앗이 떨어져 해마다 같은 자리에서 피어난다'는 
그 꽃의 이름은 '봉숭아'

뿌리내린 자리에 해마다 꽃은 피고지고 
초여름에서 찬서리 질 때까지 꽃은 피고지고
못 잊을 이름 하나를 고요히 품은 채 
한 자리에서만 오롯이 피고 또 진다.

꽃물처럼 번져 깊이 스민 그리움은
어느 소녀의 손톱 끝에 간신히 주홍빛 반달로 떠 있다.

첫눈, 새하얀 첫눈이 내릴 때까지만 그렇게 떠 있어 주길.

 

글 : 김혜정 기자 / novellife4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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