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의 피를 조금씩 식게 하고 
차가운 손으로 제 가슴을 문질러 
온갖 열망과 푸른 고집들 가라앉히며 
단 한 순간 타오르다 사라지는 이여

스스로 떠난다는 것이 
저리도 눈부시고 환한 일이라고 
땅에 뒹굴면서도 말하는 이여 

한 번은 제 슬픔의 무게에 물들고 
붉은 석양에 다시 물들며 
저물어가는 그대, 그러는 나는 
저물고 싶지를 않습니다. 

모든 것이 떨어져 내리는 시절이라 하지만 
푸르죽죽한 빛으로 오그라들면서 
이렇게 떨면서라도 
내 안의 물기 내어줄 수 없습니다. 

눅눅한 유월의 독기를 견디며 피어나던 
그 여름 때늦은 진달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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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무더웠던 여름이 끝나가고 있다.
모진 폭염의 끝.

'스스로 떠난다는 것이
저리도 눈부시고 환한 일'이라지만 

떠날 때를 알고 
저 스스로 피었다 지는 꽃처럼
삶이 어디 그렇게 순결할 수만 있을까.

‘눅눅한 유월의 독기’를 견디듯 
사는 일은 그렇게
남루한 현실을 견디는 일.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여름도
그 끝을 향해가고 있다.

모든 것이 떨어져 내리는 시절.

빛바랜 사진처럼
흐릿해지는 늦여름의 잔해. 

삶의 뒷모습을 닮았다. 

 

글 : 김혜정 기자 / novellife4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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