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농장 대표 메뉴 '가시오가피 오리백숙전골' (사진제공=약수농장)
약수농장 대표 메뉴 '가시오가피 오리백숙전골' (사진제공=약수농장)

# ‘약수농장’이 약수농장인 이유

일산동구 능안길을 얼마쯤 달리다 오른쪽으로 꺾어 돌면 
도심 속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게 아름드리나무가 터널을 이루는 호젓한 숲길이 이어진다.

소음 가득한 세상의 문이 닫히듯 일순간에 찾아온 고요.
번잡한 일상을 벗어나 마주한 고즈넉한 풍경에 마음은 이내 평온해진다.

약수농장 전경 (사진=경기북부데일리)
약수농장 전경 (사진=경기북부데일리)

‘약수농장’ 
그 길 초입에 내 걸린 간판에 쓰여있는 식당의 이름이다. 
감각적이라거나 세련된 느낌은 없지만 
제법 묵직한 세월의 무게가 전해지는 이름임에는 분명하다. 

현재 식당을 운영중인 편종원 대표의 말에 따르면
그 이름을 갖게 된 것은 순전히 입구에 있는 ‘약수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식당 입구에 제법 널찍한 약수터가 있다. 

식당이 들어서기 전부터 자리하고 있는 샘은
그 오랜 시간 마르지 않고 여전히 차고 맑은 물을 퍼 올리고 있었다.

약수농장 텃밭 전경 (사진=경기북부데일리)
약수농장 텃밭 전경 (사진=경기북부데일리)
약수농장 텃밭 비닐하우스 전경 (사진제공=경기북부데일리)
약수농장 텃밭 비닐하우스 전경 (사진제공=경기북부데일리)

약수터에서 식당까지 이어지는 곳 왼쪽으로는 부지런한 주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잘 가꾸어진 텃밭이 있는데 한 눈에도 고추, 깻잎, 상추, 가지, 호박 등 
온갖 채소들이 자라고 있었다.

때론 식당의 이름이 모든 것을 말해줄 때가 있다. 
분위기, 음식의 맛, 그리고 주인장의 영업철학까지도. 

몸에 약이 되는 물과 무공해로 키워낸 채소들로 차려낸 밥상이라.
순식간에 입맛이 당겨왔다. 

약수농장 내부 전경 (사진=경기북부데일리)
약수농장 내부 전경 (사진=경기북부데일리)

# ‘30년’을 이어온 ‘오리요리’의 명가

‘고양시 관광 맛집’이라는 인증패가 걸린 현관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자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식당 내부가 한 눈에 들어왔다. 오랜 세월의 기운이 느껴졌다.  

식당이 문을 연 것은 지난 1992년. 
이후 오리요리전문점으로 명맥을 이어온 지 30여 년째다.

‘약수농장’은 부모님에서 아들로 이어져 현재 2대째 운영중이다. 

편종원 대표가 열다섯 살이던 중학교 2학년 때 문을 연 식당을 
부모로부터 이어받아 운영해온 것이 벌써 20년이 되었다.  

“90년 당시만 해도 다른 지역은 물론이고 고양시에 오리를 재료로 한 메뉴가 없던 시기였어요. 당연히 ‘오리전문점’에 대한 개념 또한 없었죠. 식당은 산림조합이 있던 자리에서 비닐하우스로 시작했는데, 현재 매장은 오리를 키우던 자리예요.”

식당을 처음 열고 시작한 메뉴는 ‘오리로스’. 그때만 해도 낯설고 생소한 음식이었다.  
편대표는 이후 오리명가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 
전국 맛집을 돌며 음식에 대한 비법과 비결을 듣는 등 무수한 노력과 정성을 기울였다. 

약수농장 대표 메뉴 '오리진흙구이' (사진제공=약수농장)
약수농장 대표 메뉴 '오리진흙구이' (사진제공=약수농장)

# 대표메뉴 ‘오리진흙구이’와 ‘가시오가피 오리백숙전골’

이후 다양한 메뉴 개발을 위한 노력 끝에 약수농장에서 처음 선보인 두 가지 메뉴가 있다. 
‘오리진흙구이’와 ‘가시오가피 오리백숙전골’이 이곳에서 탄생했다.

오리에 한약재와 찹쌀을 넣고 진흙그릇에 담아 구워낸 ‘오리진흙구이’는 
가마에서 3시간 동안 450도의 고열로 굽는데, 기름기가 쫙 빠진 담백한 오리와
견과류, 한약재가 들어간 윤기 흐르는 찰밥은 입에 착착 감기며 헛헛한 속을 든든히 채운다. 
진흙구이의 고유한 맛을 내게 하는 비장의 무기는 바로 ‘가마’인데
약수농장만의 방식으로 만들어져 30년째 사용중이다. 

오리 진흙구이와 함께 이곳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메뉴는 ‘가시오가피 오리백숙전골’이다. 

닭백숙은 익숙하지만 오리로 ‘백숙전골’을 한다? 
이것을 처음 시도해 상품메뉴로 내놓은 곳도 약수농장이다.

닭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오리로 우려낸 진한 국물은 
가시오가피의 향이 배어들어 입 안 가득 오래 머문다. 
심심하면서도 개운하고 담백함이 느껴지는 전골은 먹을수록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두 메뉴를 맛보기 위해서는 제법 시간이 소요된다.
주문한 음식이 1분 1초라도 빨리 배달되는 것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되었지만
촌각을 다투며 만들어낸 음식에서는 맛 볼 수 없는 느림에서 오는 맛의 깊이가 
이곳에는 있다. 그것은 오롯이 온도와 시간, 정성이 빚어낸 맛이다.

사진제공=약수농장
사진제공=약수농장

# 텃밭에서 밥상까지, 그 정갈하고 소박한 맛

약수농장의 또 다른 대표메뉴는 바로 곁들여 나오는 반찬들이다.
대부분 집 텃밭에서 키운 재료들로 차려낸 것들인데
하나하나가 재료 고유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양념과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었다.

무엇보다 이 반찬들은 그저 가짓수를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주 메뉴인 오리와 궁합이 잘 맞고, 영양분을 더 잘 흡수하게 하는 음식들이다. 

주인장의 요리실력은 의외로 곁들여 나오는 음식에서 내공의 깊이가 느껴질 때가 있다.
주메뉴 못지않게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소박하고 정갈한 반찬에 있었다. 

사진제공=약수농장
사진제공=약수농장

# 약수농장의 차별화된 ‘맛의 비결’ 

오리요리 전문점에서 가장 중요한 주재료는 당연히 ‘오리’다.  

오리농장은 편대표의 어머니 친구분이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 고양과 포천, 의정부에 있는 농장에서 키워낸 것들이다. 
오리가 가장 맛있는 시기는 생후 ‘60일’이 된 것들인데, 
대부분 이 시기의 오리를 공급받고 있다. 

편대표의 말에 따르면 주메뉴에 이용되는 오리는 모두 ‘60일’ 된 것들이며 
시간이 넘어서 커지면 오리 특유의 냄새가 나서 쓰지 못한단다.

오리로 음식을 만들 때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냄새제거’다. 
약수농장은 이곳에서 개발한 특제소스에 생강, 소금, 청주로 냄새를 제거하는 ‘염지’ 과정을 거친다.

식당에서 쓰이는 재료들은 어떻게 공급이 되는지 묻자, 편대표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실렸다.

“오리는 모두 그날 잡아서 가져온 것들이고, 진흙구이에 쓰이는 찹쌀과 일반쌀도 고양시에서 생산되는 최상급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메뉴에 들어가는 한약재는 갖가지 다양한 재료보다 오리와 궁합이 맞는 약재들만 쓰고 있구요. 반찬의 재료 또한 공급이 쉽지 않은 열무와 배추, 쌈무를 제외하고 90%가 직접 텃밭에서 가꾼 채소들로 만들어지는데 그 가운데서도 오리와 궁합이 맞는 채소 위주로 키워낸 것들이에요.”

주재료인 오리 하나로 맛의 차별화를 두었고, 
부재료들은 텃밭에서 키우거나 지역에서 나는 로컬푸드를 이용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함’ 그 하나로 맛의 승부를 걸었다. 
욕심을 걷어내면 본연의 맛이 드러난다. 

약수농장 편종원 대표 (사진=경기북부데일리)
약수농장 편종원 대표 (사진=경기북부데일리)

그리고 무엇보다 이 집의 맛의 비법은, 
대도시인 고양시에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산 속 청정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약수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치만 담가봐도 알아요. 약수로 담그면 일반 수돗물로 담글 때와 그 맛이 완전히 달라요.
특히 소금에 절인 뒤 맛을 보면 김치의 아삭함과 감칠맛이 더 느껴져요.” 

약수농장이 30년째 이어온 맛의 근원은 역시 ‘물’이었다.

좋은 재료에 시간과 정성을 더해 
깊은 샘에서 길어 올린 맑은 약수로 만든 음식들. 
어쩌면 그 모든 것들이 쌓여서 음식의 참맛을 이루어내는 것은 아닐까.
오리명가로서의 명성은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라 
그런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졌으리라. 

오랜시간 오리요리전문점으로 명성을 이어온 약수농장도 코로나 시국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 많이 나가는 날은 하루 300~400마리의 오리가 소진될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었어요. 한 번 찾아온 손님은 다시 찾는 경우가 많은데 단골손님 중에는 3대가 찾아오는 가족도 있습니다. 요즘은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져서 어떤 날은 한, 두 자리 채우기도 버겁네요.”

약수농장 편종원 대표 (사진=경기북부데일리)

어디 이곳뿐일까. 문을 열어둔 채 개점휴업중인 영업점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요즘이다.
그럼에도 편대표는, 언제고 인원 걱정 없이, 시간 걱정 없이 
편히 찾아와 맛있게 드실 손님들을 위해 그 자리에서 ‘여전한 맛’, ‘그리운 맛’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약수농장 대표메뉴 '가시오가피 오리백숙전골' (사진제공=약수농장)
약수농장 대표메뉴 '가시오가피 오리백숙전골' (사진제공=약수농장)

# 샘이 깊어 물맛 또한 깊은 곳

화려함으로 시선을 사로잡지 않고
자극적으로 입맛을 유혹하지 않는 곳.

꾸미지 않은 정직함으로 
담백하고 정갈하게
구수하고 소박하게 
오롯이 한결같은 맛을 이어가는 곳. 

샘이 깊어 물맛 또한 깊은 맛을 내는 그곳에서 
지난여름, 지독했던 폭염과 
그보다 더 혹독했던 코로나로 소진된 몸과 마음에 기력을 보충해보자. 

몸에는 건강을, 마음엔 휴식을 채우기 좋은 곳. 
그곳이, 지금이 딱이다.

 

취재, 글 : 김혜정 기자 / novellife4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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