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달력을 벽에 겁니다.
얼굴에 잔주름 늘어나고
흰 머리카락이 더 많이 섞이고
마음도 많이 낡아져 가며
무사히 여기까지 걸어 왔습니다.
한 치 앞도 모른다는 세상살이
일 초의 건너뜀도 용서치 않고
또박또박 품고 온 발자국의 무게
여기다 풀어 놓습니다.
제 얼굴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는
지천명으로 가는 마지막 한 달은
숨이 찹니다.
겨울바람 앞에도
붉은 입술 감추지 못하는 장미처럼
질기게도 허욕을 쫓는 어리석은 나를
묵묵히 지켜보아 주는 굵은 나무들에게
올해 마지막 반성문을 써 봅니다.
추종하는 신은 누구라고 이름짓지 않아도
어둠 타고 오는 아득한 별빛같이
날마다 몸을 바꾸는 달빛같이
때가 되면 이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의 기도로 12월을 벽에 겁니다.
목필균의 시 '12월의 기도'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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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잎새처럼 남은 달력 한 장을 올려다보며
비로소 한 해가 가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일 초의 건너뜀도 용서치 않고
또박또박 품고 온 발자국의 무게'
그 무게가
누군가에게는 오롯이 짐으로
누군가에는 묵직한 결실로 남겠지요.
어쩌면 보람이나 기쁨보다는
진한 후회, 깊은 한숨으로 남겨지게 될 날들.
'무소유의 달' 12월은,
품었던 욕심들 이루지 못한 것들
마침내 내려두고 조금은 가벼워지십시다.
'때가 되면 이별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
가볍게 이 시간들을 떠나보내십시다.
글 : 김혜정 기자 / novellife40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