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들,
제설차 한 대 올 리 없는
깊은 백색의 골짜기를 메우며
굵은 눈발은 휘몰아치고,
쬐그마한 숯덩이만 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굴뚝새가 눈보라 속으로 날아간다.

길 잃은 등산객들 있을 둣
외딴 두메마을 길 끊어 놓을 듯
은하수가 펑펑 쏟아져 날아오듯 덤벼드는 눈,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쬐그마한 숯덩이만 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온다 꺼칠한 굴뚝새가
서둘러 뒷간에 몸을 감춘다.
그 어디에 부리부리한 솔개라도 도사리고
있다는 것일까.

길 잃고 굶주리는 산짐승들 있을 듯
눈더미의 무게로 소나무 가지들이 부러질 듯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때죽나무와 때 꿇이는 외딴집 굴뚝에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과 골짜기에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

모처럼 소담하게 눈다운 눈이 내린 1월.

눈꽃 화사하게 피어나고 
진경산수화처럼 설경은 더없이 아름답지만

일상의 모습은 제설차만 분주히 오갈뿐 
걷는 이도, 차량도 엉금엉금 
일상의 속도가 한, 두 박자 느려졌습니다.

오미크론으로 인한 확진자 증가소식에
매일 뉴스를 장식하는 어지러운 대선 뉴스에
어지럽고 속 시끄러운 날들이지만

오늘만은 모든 것들이 
눈부시도록 희디 흰 저 눈 속에 덮여 
잠시 고요해지기를..

 

글 : 김혜정 기자 / novellife405@hanmail.net

저작권자 © 경기북부데일리(kbdail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