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초록이던 나무에
소복이 내려앉듯
눈부시게 만발한 눈송이들.
그래서
나무의 학명은 '하얀 눈꽃'이라는 뜻의
치오난투스 레투사(Chionanthus retusa).
이 꽃의 이름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담겨있다지.
여름이 시작되는 입하(入夏)에 피어
입하목(入夏木)이라 불리다가 '이팝'이 되었다는 얘기는
어쩌면, 긴 여름 잘 버티라는 나무의 선물.
춘궁기 배곯던 이들의 눈에
가득히 퍼 담은 고봉쌀밥처럼 피어나
그저 눈으로라도 허기 면하라는
꽃나무의 배려였을까.
쌀밥처럼 보여
쌀밥을 이르는 이밥이 변해 이팝이 되었다는 얘기에
고개 끄덕이며 걸어보는 꽃그늘 길.
그 모든 이야기를 품고
봄 한 철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지상 위에 가뭇없이 내려앉는다.
이팝나무길을 걷다보면
오뉴월이 환하다.
사진ㆍ글 : 김혜정 기자 / novellife405@hanmail.net
경기북부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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