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변의 늙은 황소가 서산 봉우리 쪽으로 
주둥이를 쳐들며 굵은 바리톤으로 운다

밀감빛 깔린 그 서쪽으로 한 무리의 고니가 날아
봉우리를 느린 사박자로 넘는다

그리고는 문득 텅 비어버리는 적막 속에
나 한동안 서있곤 하던 늦가을 저녁이 있다

소소소 이는 소슬바람에 갈대숲에서 기어나와
마음의 등불 하나하나를 닦아내는 것도 그때다

 

                                                    고재종의 詩  '11월'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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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린 하늘 위로 열을 맞춰 날아가는 철새
불어오는 바람에 서걱이는 갈대 

텅빈 가을 들판에 서서 
저물어가는 석양을 바라본다.

철새, 갈대, 들판, 석양

이런 단어들을 모아놓고 보니 늦가을의 이미지가
절로 떠오릅니다.

그 고즈넉하고 쓸쓸한 풍경 속에는
11월의 풍경이 스며 있습니다. 

시인의 얘기처럼..
마음의 등불 하나 닦아내는 시절..
절기 '입동'에 즈음하며 긴긴 겨울을 날 채비를 해봅니다.

 

글 : 김혜정 기자 / novellife4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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