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긴 겨울을 나기 위한 준비

겨우내 밥상 위에서
누군가의 허한 속을 채울 든든한 한 끼를 위해 

온 가족, 친척, 이웃사촌이 모여 
분주하고 왁자하게 펼치는 연례행사

씻고, 썰고, 담고, 절이고, 데치고, 무치고, 버무리며
한데 섞이고 스미는 정(情)은
산더미처럼 쌓인 배추만큼이나 크고 따스하다.

온갖 양념에 어우러져 
정도, 웃음도 맛이 되는 시간.

양념 잘 밴 김치를 쭉 찢어 
훈김 나는 고봉 쌀밥 위에 척~ 얹어 먹으면
그 보다 맛난 산해진미가 또 있을까.

한겨울,
유쾌한 노동의 결과가
장독대 안 가득히 쌓여
추위와 시간을 먹고 
익어간다. 깊어진다. 

 

글 : 김혜정 기자 / novellife405@hanmail.net

저작권자 © 경기북부데일리(kbdail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