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작가의 일상풍경 ④

(사진=네이버 라이브러리)
(사진=네이버 라이브러리)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자리에서 가장 말을 삼가야 하는 두 분야가 있다.
바로 정치와 종교다.
성향이 다른 사람과 자칫 논쟁이나 싸움의 발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난 몇 달 다잡은 불길이나 다름없던
크로나 바이러스에 석유를 뿌리듯
다시 거대한 불길로 번지게 한 ‘신천지’라는 특정종교에 대한 얘기와 함께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며 마스크 찾아 삼만리를 하느라
크게 이슈가 되지 못했지만 21대 총선이라는 국가적 행사를 목전에 두고
정치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종교의 자유가 있다 해도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을 초래한 ‘신천지 사태’는
그곳의 신자를 제외한 모든 국민의 공분을 사며
비판과 비난으로 대동단결하였으니 일단 접어두기로 하고
4월 15일에 있을 21대 국회의원 선거 얘기나 좀 해보려한다.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지난 10일과 11일은 사전투표일이었다.
10일 금요일, 필자는 일찌감치 사전투표를 했다.
투표소는 오전부터 일정한 간격을 둔 채 마스크를 쓰고
나눠준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길게 줄을 선 사람들로 인해
투표를 하기까지 제법 시간이 지체되었다.

신분증을 제시하고 확인을 마친 뒤 두 장의 투표용지를 받아들고 조금 당황했다. 
생각보다 긴 비례정당 용지 때문이었다.
기표소에 들어가 기표를 하기 위해
투표용지를 찬찬히 들여다봤을 때는 조금 더 당황했다.
처음 들어본 정당들이 끝도 없이 적혀 있어서였다.

‘지역구 후보는 누구를 찍어야지’, ‘비례정당은 어딜 찍을 거야’ 나름 생각을 하고
집으로 날아온 홍보책자도 들여다봤건만 그럼에도 낯설고 생소했다.

이번 선거부터 병립형 비례대표제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법이 달라졌다는데,
과연 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잘 알고 있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아닌게 아니라 이번 비례대표 선거에 나선 정당은 35곳이고
투표용지 길이만 무려 48.1cm 거의 50센티에 달할 정도다. 역대 최장 길이다.
그로인해 선거 개표도 투표지 분류기가 아닌 수개표로 한다고 한다.
 
이번 선거는 또 다른 기록도 갈아치웠다.
이틀간 치러진 사전투표율이 26.69%로
제도 도입 이후 치러진 전국 단위 선거중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대 총선 사전투표율 12.2%의 두 배를 뛰어넘었고,
기존 최고치였던 2017년 대선(26.06%)을 앞선 것이다.
결코 정치를, 선거를 등한시 하거나 무관심하게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는 증거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 모든 나라 국민들의 목숨줄을 잡고 흔들어대는 동안
우리나라는 방역당국과 의료전문가들의 체계적이고 이성적인 대처로
사재기도 혼란도 없이 큰 고비를 넘어왔다. 
 
국민성과 의식수준이 얼마나 높은지를 당사자인 국민들은 물론이고
전 세계가 여실히 확인했다.
어느 나라는 우리나라를 향해 "전쟁 한 번 하지 않고도
우주를 침공했다"는 보도를 본 적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식은 오랜시간 선진국 반열에 올라 누구도 의심의 여지없었던
미국, 유럽, 호주, 캐나다 등의 강대국보다 더 높아졌다.
세계 모든 나라들이 우리나라를 주시하고 코로나 방역체계를 모델로 삼고 있다.

여느 선진국보다 더 높아져 있는
우리의 의식수준을 우리만 모르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이제야 깨닫게 된 건 아닐까.

그것은 정치분야에서도 진일보 해 있을지 모른다.
우린 이미 촛불혁명을 경험했다. 참여하면 변화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미지=네이버 라이브러리)
(이미지=네이버 라이브러리)

토크빌이 한 그 유명한
‘모든 국민은 자기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는 말을 살짝 바꾸면
이번 총선에서 모든 국민은 자기 수준에 맞는 정치인을 선택할 것이다.

국민들에게 가장 많은 욕을 먹는 집단이 있다면 단연 정치인이다.
그들이 욕먹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그것이 결코 당연한 게 아니다.
정치인도 존경받지 말란 법은 없다. 그들이 그 법을 만들어 발의하지 않는 한.

감당해야 할 무게는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때
받게 되는 욕이나 비난만이 아니다.
그들의 임기 4년은 이 나라의 명과 암, 발전과 후퇴를 판가름한다.

어쩌다 운이 좋아, 요행으로 당선이 되었다 해도
안이하고 나태하게 제 몫의 일은 하지 않고

특권만 누리며 단물만 쏙쏙 빨아먹는다면
4년의 임기를 보장받을 수 없게 될지 모른다.

‘방탄’은 소년단의 이름 앞에서 반짝여야 한다.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으로 ‘방탄국회’라는 오명으로나 쓰이는 건
20대 국회까지여야만 한다.

일침이나 협박이 아니다.
일 못하는 무능한 대통령도 자리에서 끌어 내리는 나라다.    
‘국회의원’의 다른 말은 ‘지역일꾼’이다.
그들은 그저 국민들의 일을 대신할 일꾼일 뿐이다.

4월 15일 선거가 끝나면 300명의 국회의원들은 일꾼으로 임명되어 가슴에 배지를 달게 될 것이다.

순은에 금을 입힌 3만 5천 원짜리 배지에 고작해야 6g의 무게에 지나지 않지만
5천만 국민들의 명령과 목소리가 담긴 그 배지를 천금 같은 무게로 감당해야 할 것이다.

 

글 : 김혜정 기자 / novellife4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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